中 관중 사이에서 “대한민국!”... 복싱 선수 출신 안세영父 “딸이 29년 숙원 풀어” -2023. 10. 1
한국이 중국을 매치 스코어 3대0으로 완파하고 아시안게임에서 29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1일 중국 항저우 빈장 체육관. 체육관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의 “짜요(加油·힘내라)!” 함성 소리 틈에서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답니다.
주변이 온통 중국인들이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성적인 응원을 보낸 이들은 배드민턴 대표팀 ‘간판’ 스타이자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1)의 부모 안정현(54)·이현희(48)씨.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5전3선승제 경기의 첫 경기에 나선 딸 안세영 뿐만 아니라 뒤이어 출전한 한국 선수들에게도 목청껏 응원을 보냈다.
한편, 지난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우승 등 딸이 이룬 영광의 순간에 함께 했던 그들이지만, “이번 승리는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는 “배드민턴에서 아시안게임은 엄청 큰 무대다. 이런 무대에서 중국을 이렇게 크게 이기고 금메달을 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느냐”며 “특히 단합이 중요한 단체전 금메달이라 뜻깊다. 우리 딸 세영이도 자랑스럽고, 뒤에 나와서 너무 잘 싸워준 선수들도 모두 자랑스럽다”고 말했답니다.
아버지 안씨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금메달이었다. 그는 199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복싱 선수 출신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아시안게임이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인데, 공교롭게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이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땄던 대회다. 안씨는 “나는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딸이 오늘 내 숙원을 29년 만에 풀어준 것과 같은 기분”이라며 “아직 세영이를 못 만났는데, 얼굴 보면 ‘수고했다’ ‘고맙다’고 하면서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와 이씨는 2일부터 시작되는 배드민턴 개인전 일정이 종료될 때까지 항저우에 머물며 딸 안세영을 응원할 계획이다. 이씨는 “세영이가 개인전 금메달까지 딴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보다도 세영이가 늘 그래왔듯 배드민턴을 즐기면서 자기 기량을 모두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AG 이어 파리에서도 든든 응원...안세영 "엄마, 아빠 목소리, 다 들리던걸요 -2024. 8. 3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의 힘은 이번에도 가족이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6위)를 2-1(15-21, 21-17, 21-8)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 가장 큰 고비로 여겨지는 경기였다. 1번 시드로 8강에 안착했던 안세영이 결승에 오르는 과정에서 야마구치의 커리어가 가장 빼어났고, 안세영과 자웅도 많이 겨뤄본 상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공식 전적 11승 13패. 안세영이 되레 열세였다. 또 다른 라이벌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꺾으려면 야마구치부터 넘어야 했답니다.
실제로 야마구치는 1세트 때 안세영을 괴롭혔다. 노련하게 코트를 오가며 안세영의 공격을 막아냈고 범실을 유도했다. 안세영이 후위를 공략해보려 했으나 바람이 부는 탓에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범실이 반복됐다.
그렇지만 안세영은 안세영이다. 2세트와 3세트는 압도했다. 특히 3게임 때는 최대 9점 차까지 앞서가며 시종일관 야마구치를 몰아 붙였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경기 도중 수 차례 주저앉은 야마구치와 달리 안세영은 끝까지 침착했고, 탄탄했다. 결국 21-8로 3게임을 가져오면서 깔끔한 마침표를 찍었답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4강까지 올라올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웃으면서 "다음 경기가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안세영은 이날 1세트 열세에 대해 "코트에 바람이 좀 많이 불었다. 야마구치가 내가 선호하는 코트부터 쓰게 해줬는데, 내가 상대 스피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면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그걸 이용해 2~3세트 때는 몰아 붙였다. 특히 3세트 때는 상대가 지친 게 보여 과감하게 했더니 잘 됐다. 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복기했답니다.
확실히 예선에 비해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안세영에게 "바람의 영향으로 셔틀콕이 조금 빗나갔나' 묻자 그는 멋쩍게 웃으면서 "조금이 아니라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내가 힘도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렇지만 1위라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다. 안세영은 "불안감은 없었다. 그저 '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임했다"고 했답니다.
안세영은 "나도 8강이 제일 승부처라고 우려가 있었다. 물론 다음 경기도 힘들겠지만, 오늘 한 경기가 정말 힘들었던 날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 했기에 이렇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며 "다음 경기 때도 누가 올라와도 최선을 다 해 나답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유독 태극기가 많이 보였다. 현지 시간 아침 8시 30분에 시작한 경기인데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 안세영을 응원했다. 그리고 그 중엔 안세영의 부모님도 있었다. 안세영은 "너무 좋았다"며 "부모님께 꼭 (승리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웃었다. 많은 응원에 대해 "힘이 된다"면서도 "예선 때 비해 빈 좌석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다"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까지 보였답니다.
수많은 태극기가 있더라도 가장 힘이 되는 건 물론 부모님의 존재다. 아버지 안정현 씨와 어머니 이현희 씨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안세영이 정상에 설 수 있게 현장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외친 바 있다. 경기 중 부모님의 응원이 다 들린다고 한 안세영은 "엄마 특유의 목소리가 다 들린다. 아빠도 특유의 목소리가 있어 잘 들린다"며 "언제든 내 정면에 자리를 잡으신다"고 웃었다.
안세영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스스로 '그랜드슬램'이라고 설정한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목표 달성까진 이제 2승이 남았다. 안세영은 "2승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멀지만, 하루 한 경기씩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꿈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