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를 그냥 지나쳤다며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한 위원장은 “저를 모르셨을 수도 있다. 다음엔 제가 좀 더 바로 잘 인사드리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한동훈 위원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정치권 주요 인사가 모였다.
해당 행사는 공식 생중계됐는데, 영상 도중 김 여사가 다른 이들의 인사에는 함께 목례를 하며 지나가다 유독 한 위원장 인사만 받지 않고 지나치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김 여사는 한 위원장 옆에 있던 이종찬 광복회장의 인사에는 고개를 숙이며 목례로 답했으나, 직후 한 위원장이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하자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냥 지나치는 듯한 뒷모습을 보였답니다.
이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김 여사가 한 위원장 인사를 패싱했다” “무례하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다만 이 영상에는 김 여사의 앞모습이 담기지 않아 그가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뿐 표정으로 눈인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김 여사의 앞모습이나 표정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한 위원장이 인사한 뒤 미소를 지으며 다시 가벼운 목례를 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김 여사가) 저를 모르셨을 수도 있다”며 “다음에는 제가 좀 더 잘 인사드리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현장에서 김 여사가 정말로 실제 눈인사를 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답니다.
한편 김 여사는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9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도 비슷한 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여사는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한 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하고는 악수하지 않은 채 지나쳐 곧바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악수했다. 황 대표는 손을 움직이려다 멈춘 후 손가락으로 뺨을 긁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제1야당 대표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청와대는 “시간이 없었을 뿐 고의가 아니었던 상황이다”는 취지로 해명했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 구입에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쓰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했다.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정숙 여사 행사에 사용됐다는 옷들에 대해 청와대에서 어제 충분히 해명했다. 협찬받거나 빌린 옷은 반납·기증했고 액세서리는 사비로 구입했다. 의혹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등의 비판을 놓고 "지금까지 대통령 특수활동비 내역을 밝히지 않아 온 그런 관례를 알고 (일부러) 오히려 마치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를 마구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 역시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논란을 보면서 아픈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면서 "어떻게든 국민의힘(전신)에서 전임 대통령을 망신 주기했던 대표적인 사례인데 김정숙 여사 옷값 문제도 같은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보다 취임을 앞둔 윤석열 당선자 지지도가 더 낮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답니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 측에서 밝힌 대로 사비로 써왔고 또 엄격하게 관리했다는 것에 대해 하등의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국민의힘의 과도한 도덕적 흠집 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답니다.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 여사의 브로치의 고가·진위 논란과 관련해 "젊은 시절 남대문과 강남터미널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했던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말하면 2억이 넘는다는 세계적인 브랜드 제품은 분명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모양을 (갖고) 특정 제품의 모조품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3만 원짜리 브로치를 2억 원으로 둔갑시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의미). '논두렁 시계 2'가 시작됐다는 불길한 예감은 저만의 느낌이냐"고 말했습니다.
강병원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숙 여사 의복 구매와 관련한 허위·조작 정보가 도를 넘었다"며 "출처 없는 가짜뉴스에 기대서 김 여사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정쟁을 유발하는 국민의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고민정 의원도 지난 29일 YTN 라디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김정숙 여사가) 인도에서 스카프를 선물로 받으신 적이 있는데 그것을 블라우스로 새롭게 만들어서 입고 가신 적도 있었다"면서 "모친이 포목상을 하셔서 그러신지 워낙 그런 것에 재주도 좋으시고 감각도 있으시다"고 밝혔습니다.
고 의원은 "저는 옆에 있으면서 (옷을) 리폼하고 새로 만들고 이런 걸 워낙 많이 봐 와서 이러한 기사들이 굉장히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그런 내용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말기에도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논란이 크게 제기된 바가 있는데 그냥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문재인 정부에서 그렇게 썼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